피부에 바르는 약, 얼마나 흡수될까?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할 때 우리는 종종 “얼마나 세냐”는 강도나, “어디에 쓰냐”는 적용 부위만을 고민합니다. 그러나 동일한 성분도 ‘얼마나 흡수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작용 강도와 부작용 위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흡수율은 약효의 발현뿐 아니라, 전신 부작용(HPA 축 억제, 피부 위축 등)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이 글에서는 제형, 도포 부위, 피부 상태 등 다양한 요인이 외용 스테로이드의 흡수율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통해 보다 정밀한 약물 선택과 안전한 사용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제형에 따른 경피 흡수 차이 – 연고, 크림, 로션, 겔 비교
외용 스테로이드는 약물의 작용 특성과 도포 부위에 맞춰 다양한 제형으로 제공됩니다. 일반적으로 연고는 기름기가 많고 보습력이 높아 피부에 막을 형성하며, 가장 높은 흡수율을 보이는 제형입니다. 특히 건조하고 각질이 많은 부위에 적합하며, 약물이 오랫동안 피부에 머물며 효과를 지속시킵니다. 크림은 유화된 제형으로 수분이 포함되어 흡수력이 좋고 발림성이 뛰어나며, 접히는 부위나 얼굴과 같은 민감한 부위에 주로 사용됩니다. 로션은 액상 제형으로 넓은 부위에 쉽게 도포할 수 있어 두피나 넓은 피부 면적에 적합합니다. 상대적으로 흡수율은 낮지만 열감이나 자극이 있는 부위에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겔 제형은 투명하고 가볍기 때문에 끈적임이 적고 지성 피부나 여름철 사용에 적합하지만, 약물이 쉽게 휘발되어 흡수율은 가장 낮은 편에 속합니다. 이처럼 제형에 따라 약물의 흡수 정도와 작용 지속 시간, 환자의 사용 만족도는 크게 달라지므로, 동일한 성분이라도 상황에 따라 제형을 바꾸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피부 부위에 따른 흡수율 – 팔과 사타구니의 차이는 최대 40배
외용 스테로이드는 신체의 부위에 따라 흡수율이 매우 크게 달라집니다. 기준이 되는 부위인 팔의 흡수율을 1로 본다면, 손바닥은 약 10분의 1 수준, 발바닥은 그보다 더 낮은 20분의 1 수준으로 흡수율이 떨어집니다. 반면, 얼굴은 팔보다 6배 이상 흡수가 잘 되며, 특히 눈꺼풀은 약물이 10배 이상 흡수될 수 있는 예민한 부위입니다. 가장 높은 흡수율을 보이는 부위는 사타구니와 생식기 부위로, 팔보다 40배 이상 약물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위에 스테로이드를 반복 도포할 경우, 전신 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피부가 얇고 혈류가 풍부한 부위일수록 약물 침투가 용이하므로, 같은 약을 얼굴에 바를 때와 발에 바를 때의 효과는 전혀 다를 수 있으며, 부작용의 위험 또한 다르게 평가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피부가 얇고 면역 반응 조절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이러한 흡수율 차이를 반드시 고려해 제형과 도포 강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피부 상태 – 염증, 상처, 습진이 흡수율을 높인다
정상 피부는 각질층이 두껍고, 외부 물질의 침투를 차단하는 '장벽'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피부 상태에서는 약물 흡수율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염증 반응: 혈류량 증가로 흡수 강화, 습진/건선: 피부 장벽 손상으로 약물 투과성 증가, 상처/긁힌 부위: 직접 진피층에 접근 가능, 열기/땀/습기: 혈관 확장 및 피부 투과성 증가 따라서 ‘환부가 심하니까 강한 걸 더 바르자’는 판단은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염증 상태일수록 도포 면적과 빈도를 더 엄격히 관리해야 합니다.
폐쇄 드레싱의 효과 – 흡수율 최대 10배 상승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때때로 랩으로 감싸거나 반창고로 밀봉하는 폐쇄 드레싱과 함께 사용됩니다. 이 방식은 피부의 수분을 유지하고, 국소 체온을 높이며, 약물이 피부에 더 오랫동안 머무르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그만큼 흡수율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며, 경피를 넘어 전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따라서 폐쇄 요법은 반드시 의사의 지시 아래 제한된 부위에만, 짧은 기간 사용해야 합니다. 특히 유아 기저귀 부위, 얼굴, 접히는 부위에 사용 시는 절대 자가 판단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폐쇄 드레싱은 히드로코르티손처럼 저강도 스테로이드라도 흡수율을 최대 10배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약효를 극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유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건선의 판상 병변이나 두꺼운 태선화된 피부 병변에서는 드레싱을 통해 효과적인 침투를 유도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피부 위축, 혈관확장, 색소 이상, 모낭염 등 국소 부작용의 발생 빈도도 증가하게 됩니다. 또한 밀폐 환경은 세균이나 곰팡이의 번식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장시간 적용 시 감염 위험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감염이 의심되는 병변에는 폐쇄 드레싱을 피하는 것이 원칙이며, 항생제 또는 항진균제와의 병용 여부도 사전에 전문가의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임상적 권장사항 – 흡수율에 따라 제형과 부위 맞춤 사용
실제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얼굴·사타구니·겨드랑이: 저강도 + 로션/크림 제형이 원칙, 팔·다리·몸통 건조부위: 중강도 + 연고, 각질 두꺼운 발바닥·손바닥: 고강도 + 연고 or 폐쇄 요법 병행, 두피: 로션 or 겔 제형 선호, 끈적임 방지, 유아·노약자: 흡수율이 높으므로 반드시 저농도/저용량 사용 또한, 외용제를 반복 사용 중일 경우, 부위 교차 적용, 사용 간격 확보, 2주 단위 감량 계획 등을 통해 흡수 누적과 내성, 전신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외용 스테로이드, 바르는 방식이 곧 약물의 강도다
같은 성분이라도 어떤 제형으로, 어떤 부위에, 어떤 피부 상태에 사용하는지에 따라 실제 약물의 강도와 부작용은 크게 달라집니다. 히드로코르티손처럼 저농도라도 눈 주위나 접히는 부위에 반복 사용하면 고강도 수준의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단순히 ‘바르는 약’이 아니라, 전신 작용을 가질 수 있는 고효능 약물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제형과 부위를 이해한 ‘정밀 사용’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특성은 외용 스테로이드가 ‘처방전 없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오용의 위험이 높다는 경고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용자가 증상 개선에만 집중한 나머지, 사용 부위나 제형의 적절성을 간과하고 장기간 자가 사용을 이어가 부작용을 경험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스테로이드 연고는 피부 증상이 단순해 보이더라도, 초기에는 전문가의 진단과 가이드 아래 시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며, 이후에도 용량, 사용 주기, 도포 부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약물의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용 방식’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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