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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로코르티손

히드로코르티손 장기 사용이 부신피질에 미치는 영향 – HPA 축 억제 메커니즘

by 씨티보리 2025. 5. 10.

우리 몸의 내분비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고리, 스테로이드의 또 다른 얼굴

부작용보다 더 중요한 ‘기능 상실’의 문제. 히드로코르티손은 효과가 빠르고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약물이지만, 장기 복용 또는 반복적인 외용제 사용은 단순한 피부 얇아짐이나 색소 이상을 넘어, 인체의 내분비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HPA 축, 즉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기능의 억제입니다. 이 축은 우리 몸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코르티솔을 조절하고 분비하는 핵심 경로인데, 외부에서 스테로이드를 지속적으로 공급받게 되면 이 내분비 체계는 자체 기능을 멈추게 됩니다. 이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자가 코르티솔 분비가 저하되며, 약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부신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히드로코르티손은 생리적 코르티솔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므로, 뇌는 이를 체내 생산으로 착각하고 분비 명령을 중지합니다. 그 결과 장기 복용 후 갑작스러운 중단은 단순한 반동 증상이 아닌, 신체적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히드로코르티손 장기 사용이 부신피질에 미치는 영향 – HPA 축 억제 메커니즘
히드로코르티손 장기 사용이 부신피질에 미치는 영향 – HPA 축 억제 메커니즘

 

HPA 축이란 무엇인가 – 스트레스 반응의 내분비 연결고리

HPA 축은 인간이 스트레스 상황에 적응하고, 염증을 조절하며, 대사와 면역 반응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내분비 경로입니다. 이 경로는 시상하부가 먼저 CRH를 분비하면, 뇌하수체가 ACTH를 방출하고, 이 자극에 의해 부신피질이 코르티솔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코르티솔은 다시 혈중 농도에 따라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 음성 피드백을 주어 분비를 조절하게 됩니다. 이 체계는 외부 자극, 감염, 통증, 정신적 스트레스 등에 대응하여 일시적이고 급속한 코르티솔 생산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생체 방어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히드로코르티손을 투여하게 되면, 뇌는 이미 충분한 코르티솔이 존재한다고 판단하여 CRH와 ACTH 분비를 중단하고, 이로 인해 부신은 기능을 멈추게 됩니다.

 

 

히드로코르티손 장기 투여 시 나타나는 HPA 축 억제 현상

히드로코르티손은 인체에서 생성되는 내인성 코르티솔과 동일한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장기간 공급될 경우 뇌는 이를 체내 분비로 오인하게 됩니다. 특히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은 체내 코르티솔 농도에 따라 민감하게 조절되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코르티솔이 혈중에 존재할 경우 시상하부는 CRH의 분비를 억제하고, 뇌하수체 역시 ACTH의 방출을 멈춥니다. 이로 인해 부신피질은 더 이상 자극을 받지 못하게 되고, 결국 자가 코르티솔 생성 기능을 점진적으로 상실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HPA 축 억제’라 하며, 스테로이드계 약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중대한 내분비 부작용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이 억제는 사용자가 자각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무증상 억제’ 상태로 진행되기도 하며, 정기적인 내분비 기능 평가 없이 장기 복용을 지속할 경우 약 중단 시 급성 부신기능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많은 사용자들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기는 외용 스테로이드도 고용량, 넓은 면적, 얇은 피부 부위에 반복적으로 사용할 경우 혈중 흡수량이 경구 복용에 준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얼굴, 목, 사타구니, 눈꺼풀 등은 피부 장벽이 얇고 혈류 공급이 풍부해 흡수율이 최대 42%까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러한 전신 흡수는 외용제라도 HPA 축 억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따라서 연고를 포함한 모든 스테로이드 사용 시에는 총 흡수 용량, 사용 부위, 빈도, 지속 시간을 모두 고려하여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부신기능저하증과 부신위기 – 가장 위험한 결과

HPA 축 억제의 가장 심각한 결과는 이차성 부신기능저하증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외부에서 장기간 히드로코르티손을 투여함으로써, 내인성 코르티솔 분비가 억제되어 자가 생산 능력이 상실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때 부신 자체에는 구조적 병변이 없지만, 뇌하수체에서 ACTH 자극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부신이 비정상적으로 ‘잠들어 있는 상태’가 지속됩니다. 이 상태에서 감염, 고열, 수술, 외상,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인체는 원래대로라면 코르티솔을 폭발적으로 분비해야 하지만 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부신위기(Adrenal Crisis)**라는 응급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부신위기 시에는 저혈압, 저나트륨혈증, 고칼륨혈증, 탈수, 극심한 권태감과 근력 저하, 혈당 저하가 나타나며,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수 시간 내로 쇼크 또는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자, 만성질환자, 면역저하 환자에서 이 위기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며, 심지어 외용제를 수년간 반복적으로 사용한 환자에게도 보고된 사례가 존재합니다. 더욱 위험한 점은 부신기능저하증이 약물 중단 1~2주 후에야 표면화될 수 있어, 감량 시기나 중단 타이밍을 잘못 잡을 경우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스테로이드 사용 전 환자의 내분비력 평가, 사용 중 정기적 기능 검토, 감량 시 HPA 축 회복 여부 확인, 그리고 스트레스 상황 발생 시 ‘응급 보충용량(stress dose)’ 처방 계획이 사전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부신위기는 단순 부작용이 아니라, 치료와 생존을 가르는 중대한 내분비 사건이라는 점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자는 반드시 해당 위험성과 예방 전략을 숙지해야 합니다.

 

 

외용제도 안전하지 않다 – 피부에 발라도 전신 억제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경구용이나 주사용 스테로이드에서 HPA 축 억제를 걱정하지만, 외용제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히드로코르티손은 저효능 스테로이드이지만, 장기간 반복 도포 시 피부를 통해 혈류로 흡수되며 전신 순환계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나 고령자, 피부 장벽이 손상된 환자, 얇은 부위에 바른 경우에는 흡수율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얼굴, 사타구니, 겨드랑이처럼 혈관이 밀집된 부위에 장기간 사용 시 야간에 코르티솔 분비가 억제되는 수면 중 HPA 축 억제가 확인된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외용제라도 ‘얼마나 오래, 어느 부위에,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가 핵심이며, 처방 없이 반복적으로 연고를 사용하는 행동은 내분비 기능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외용제는 증상이 나아졌을 때 바로 사용을 중지하고, 장기간 사용할 경우 반드시 의사 지시에 따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안전한 감량 전략 – 테이퍼링(Tapering)의 중요성

히드로코르티손을 포함한 스테로이드 약물은 장기간 사용한 후 갑자기 중단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점진적 감량(tapering)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감량은 일률적인 기준이 아니라, 복용 기간, 용량, 환자의 반응에 따라 맞춤형으로 조정해야 하며, 일반적으로는 용량을 서서히 줄이되 마지막 단계에서는 아침 1회 투여만 남기고, 격일 투여로 전환 후 중단하는 방식이 사용됩니다. 외용제의 경우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매일 사용하던 것을 격일, 주 2회, 주 1회로 줄여가며 피부가 반응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종료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감량 과정에서는 환자가 이상 피로, 무기력감, 식욕 저하, 저혈압, 아침 기상 곤란 등의 초기 증상을 보이는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부신기능 검사를 통해 생리적 회복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스테로이드 감량은 단순한 ‘용량 조절’이 아니라, 우리 몸의 호르몬 시스템을 되살리는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히드로코르티손은 치료제이자, 내분비계를 조절하는 호르몬 제제입니다

히드로코르티손은 외용제이든 경구제이든 모두 인체의 코르티솔 기능을 대체하거나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장기 사용 시에는 HPA 축 기능 억제라는 내분비학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억제는 단순한 약물 반응이 아니라, 우리 몸의 스트레스 대응 능력, 면역 반응, 대사 균형을 포괄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는 상태이며,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부신위기로까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외용제를 반복적이고 넓은 부위에 바르는 행동은 ‘국소 치료’라는 명목으로도 전신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따라서 히드로코르티손을 포함한 모든 스테로이드 약물은 단기, 최소 용량, 필요한 부위에만 사용하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장기 사용 시에는 전문의의 지도 아래 감량 전략을 병행해야만 안전한 치료가 가능합니다. 강력한 약물일수록 그 힘을 다룰 줄 아는 정보와 판단이 필요하며, 히드로코르티손도 그 예외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