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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식물

신비함 뒤에 숨겨진 결정의 독성 식물 창포

by 씨티보리 2025. 7. 18.

 

야생의 그림자

창포는 유럽과 서아시아의 습한 숲과 수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년생 식물이다. 화살촉 모양의 넓은 잎과 독특한 꽃 구조, 그리고 붉게 익는 열매는 관상용으로서의 매력을 갖추고 있어 정원 식물로도 사랑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아름다움 뒤에는 강력한 독성이 숨어 있다. 특히, 이 식물의 뿌리와 열매에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해로운 옥살산 칼슘 결정체가 포함되어 있다. 겉보기엔 무해해 보이는 식물 하나가 피부, 점막, 그리고 소화기에 치명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창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창포는 특히 봄과 초여름 사이에 번식하며, 이 시기엔 특유의 꽃 구조인 스파딕스 포엽을 펼친다. 이러한 형태는 파리류 곤충을 유인하여 수분을 유도하는 생태적 전략이기도 하다. 즉, 외관의 아름다움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자연 생존 전략의 일부인 셈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특징에 매료되어 정원에 심기도 하는데, 이러한 행위는 독성에 대한 인지 부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창포는 ‘자연과 인간의 거리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식물이다.

 

칼슘 옥살산 결정체. 입안의 바늘, 장 속의 고통

창포가 위험한 이유는 바로 그 안에 들어 있는 ‘옥살산 칼슘’이라는 결정체 때문이다. 이 물질은 미세한 바늘 모양의 결정으로 구성되어 있어, 섭취 시 입 안과 목, 식도를 찌르는 듯한 격렬한 통증을 유발한다. 어린아이가 호기심에 붉은 열매를 입에 넣거나, 뿌리를 약초로 착각해 달여 마실 경우 구토, 설사, 심한 복통은 물론 호흡 곤란까지 일어날 수 있다. 피부에 직접 닿을 경우에도 발진이나 염증이 발생할 수 있어, 단순한 접촉조차도 조심해야 한다. 창포는 ‘먹는 독’이 아니라 ‘닿는 독’까지 가진 식물이라는 점에서, 다른 독성식물보다 한층 더 위협적이다. 결정체가 체내에 들어오면 단순한 통증을 넘어서, 기도 부종과 신경 자극 증상까지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작은 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또한, 이 결정체는 끓인다고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차로 끓이거나 삶아 먹는 방식도 안전하지 않다. 몇몇 사람들은 창포의 생김새가 약용 식물로 쓰이는 식물들과 유사하다고 오해해 잘못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창포 유사 식물에 대한 일반 대중 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전통 지식과 현대 독성학의 충돌

고대에는 창포의 뿌리를 건조해 가루로 만든 뒤, 피부 질환 치료나 이뇨제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민간요법은 제대로 된 복용량이나 정제 과정 없이 사용되면서 오히려 위험한 부작용을 불러왔다. 현대 독성학에서는 창포를 ‘전신독을 가진 식물’로 분류하고 있으며, 특히 신장과 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식물로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식물이 다른 식용 창포(아코루스 속)와 혼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통 지식이 현대 과학과 만나야 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금 자연의 위험성과 그 안에 숨은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민간요법에서의 창포 사용은 그 부작용 사례가 누적되며 점차 사라졌지만, 일부 전통 약재 시장에서는 여전히 혼용되는 사례가 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권에서는 창포와 비슷한 형태의 약초들이 혼용되어 유통되기도 한다. WHO는 이러한 유사식물 섭취로 인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식물의 ‘학명 기반 식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창포 중독 사례는 국내외 병원 응급실에서 매년 보고되고 있으며, 대부분이 무지에 의한 오인 섭취로 발생한다. 약과 독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창포처럼 생긴 식물 앞에서는 현실이 된다.

 

독성식물과의 안전한 공존

창포는 단지 피해야 할 식물로만 치부할 수 없다. 그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교육의 기회다. 이 식물은 생태계 내에서 특정 곤충과의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습지의 토양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삶과 자연이 가까워지는 오늘날, 독성식물에 대한 경각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어린이와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서는 반드시 식물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야생 식물 채취 시에는 정확한 지식과 식별력이 요구된다. 창포는 말없이 피어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에겐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오늘날 정원식물 트렌드에서는 ‘와일드가든’, 즉 자연 그대로의 식생을 재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창포와 같은 야생식물이 의도치 않게 인간 생활권에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식물 생태를 이해하고, 독성 여부를 교육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어린이 교육용 야외 체험 학습이나 도시공원 조경에는 독성식물 표기와 안내문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식물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존재 자체로 경고를 보내며 우리에게 자연과 경계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